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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과 운동

[운동/몸 관리] 운동 전혀 안하던 '마른 비만' 여자의 6년간의 인바디 변천사와 운동 일대기 - 2편

  • 내 인생의 운동 클라이밍과의 만남, 그 후

  운동에 전혀 관심도 없던 나는 서서히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재밌는 운동을 우연히 찾아가다가 이윽고 2016년 10월부터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되었다. (1편 참고) 다른 운동이 아닌 하필 클라이밍이었던 이유는 어느 정도 환경적 필연이 있었다. 친오빠는 클라이밍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나는 그덕에 어렸을 때부터 클라이밍이라는 운동을 몇 번 접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오빠가 실내 암장(실내 암벽장-으로 실내에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센터)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고, 나는 얼결에 '암벽화'(클라이밍을 할 때 필수적인 개인 장비, 암벽을 오르기 위해 필요한 신발) 를 오빠에게 받게되었다. 처음엔 어쩌다 장비도 생겼으니 한번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 때마침 나는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사는 곳을 임시로 직장 근처의 고시원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 좁고 낯선 곳에서 퇴근 후의 적적한 시간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우연히 내가 있던 고시원에서 도보로 10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작은 암장이 하나 있었다. 생각해보면 클라이밍과 나의 만남은 모든 시기와 장소가 맞아떨어져서 정말 운명처럼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전에 간혹 클라이밍을 했을 때는 사실 이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강습을 들으며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이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자 클라이밍은 내 인생에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한달쯤 되었을 무렵, 2016년 11월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거의 매일 근육통을 달고 살면서도 평일 내내 거의 매일 같이 암장에 출근했다. 못해도 주 3일은 갔었다. 당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적응하느라 받는 스트레스와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모조리 날려버려 주는 게 클라이밍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이 더 많고 힘들수록, 퇴근 후에 암장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간절해지곤 했다. 

  그 땐, 몸을 생각한다기보다 단지 당시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클라이밍' 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매달리고 열중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클라이밍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즐기게 되었다. '니가?' 하면서 놀라고, 낯선 운동에 대한 호기심에 이것 저것 물어보는 사람들, 그것 덕분에 나를 중심으로한 대화가 일이나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닌 '클라이밍'이 된다는 것이 좋았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고, 첫 직장을 다닌지는 12개월이, 클라이밍을 한지는 8개월이 지났을 때 건강검진을 받으며 무척 오랜만에 인바디를 측정하게 되었다.  

2017년 6월,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8개월쯤 되었을 때 잰 인바디

  대학교~대학원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155cm인 줄 알았던 키가 조금 늘어나 있었다. 근육량도 표준점수 100점에 가깝게 꽤 많이 채워졌다. 서서히 어깨 근육이 생기고 허벅지가 조금 단단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던 때였다.

  • 클라이밍 정체기, 극복을 위한 노력

  2018년,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햇수로 2년차가 되었을 때, 클라이밍은 이제 내 인생에서 떼어낼 수 없는 '삶의 일부'였고 주중 뿐만아니라 주말에도 외벽을 나가거나 다른 암장을 투어하는 일정으로 내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클라이밍 하는 데에 쏟고 있었다. 클라이밍을 더 잘하기 위해 집에서, 암장에서 트레이닝을 하고 '풀업'은 남자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던 내가 어느덧 풀업을 다섯개씩 하게 되었다.

2018년 여름, 뙤약볕의 '무의도' 해벽에서

  같은 운동을 한지 만 2년 남짓 되니, 운동을 하는 것 자체는 여전히 재밌었지만 나는 슬슬 정체기를 느꼈다. 백수였던 시절에 체지방을 꽤 많이 뺐다가 재취업을 하면서 다시 체중이 늘어나게 되니 운동이 더 안 되는 시기도 있었고, 그로 인해 클라이밍을 시작하던 시기만큼의 열정은 많이 식어갔다. 그래도 안정적인 관계의 연인처럼 클라이밍과 나의 관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고, 어쨌거나 클라이밍 없는 일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클라이밍 시작 후 1년 반 2018년 5월, 체지방이 쪘다고 생각했던 때의 인바디

  그러다 나는 점점 더 클라이밍만 해서는 운동 능력 자체를 발달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클라이밍에는 'Grade(난이도)'체계가 있는데 초반에는 금방 금방 실력이 오르는 걸 느끼고 그 덕에 운동에 재미를 많이 붙이게 되었지만 나는 1년 가까이 같은 수준의 그레이드에 머물고 있었다. 한 때 충만했던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운동해서는 몸이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내 성격상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많은 클라이머들은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본인 실력의 그레이드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에 계속 매달리는데 그렇게해서 꾸준히 실력을 쌓는 사람들도 많은 반면, 무리하게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나와 같이 운동을 꾸준히 하던 동료들 중에도 다치는 친구들이 종종 생기고 몇 달씩 쉬곤 했다. 나는 만 2년 동안 클라이밍을 한  달 이상 쉰 적이 없었다. (길어야 일주일정도 쉰적만 있었다.) 

  2018년 겨울 즈음- 한창 추워서 암벽화가 딱딱하게 느껴지고 몸이 움츠러들어서 암장을 가도 즐겁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제서야 나는 이제 한번 쯤 쉬어갈 타이밍이다, 아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클라이밍 덕에 몸의 변화를 경험한 나는 다른 운동에도 흥미가 생기던 터였다.

  운동수행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는 크로스핏을 해보기로 했다. 2018년 12월, 한 달 동안 크로스핏을 다녔다.

2018년 12월 크로스핏. 이 운동을 하면서 바벨을 처음들어봤다.

  크로스핏은 운동을 하는 데에 있어 충분히 전환점이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실질적으로 금액이 부담되는 부분이 있었고(한달 이용권이 클라이밍의 2.5배), 함께 할 수 없는 친구가 없어서 꾸준히 다니지는 못하고 한 달만 다녔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론 크로스핏을 꾸준히 해볼 생각은 있다. 운동을 제대로 하기에 이만한 운동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운동 영역이 많이 넓어졌다고 느꼈고, 역도를 하는 여자들이 정말로 멋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그리고 현재, 운동을 위한 몸보다 몸을 위한 운동

  크로스핏과 클라이밍을 병행하면 정말 좋은 시너지가 났을 것 같지만, 사실 내게 아직은 그렇게 운동 두 가지에 에너지와 돈을 소비할 만큼의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클라이밍으로 돌아왔다가 또 다시 부족함을 느끼고 또 다른 운동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필라테스였다.

  필라테스를 하게 된 건, 집 근처에 마침 새로운 센터가 오픈을 해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기에 체험을 한 번 하러 갔다가 아늑한 시설과 분위기 그리고 섬세하게 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동작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필라테스 시작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자 내 몸에서 부족했던 여러가지 근육들에 대해 알게 되고, 또 잘못된 자세 습관들을 고쳐야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아래는 필라테스를 시작하며, 상담 받은 날 찍은 인바디다. 

2019년 2월 14일, 필라테스 시작 전

  근육량은 표준점수 100에 거의 근접한 수치이지만, 체지방이 올라있던 탓에 복부지방률과 내장지방률이 꽤 높게 나왔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이 때, 결제를 하면 헬스장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운동에 흥미가 없던 시절에는 헬스장에 가면 런닝머신만 며칠 타다가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기부만 하곤 했지만 이제는 몸을 가꾸는 데에 동기가 생겼으니 헬스장에서 이런 저런 근력 운동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2월 중순부터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필라테스는 주 2회, 필라테스를 하지 않는 날에 또는 같은 날에 헬스는 평균 주 1~2회 정도 다니며 두 가지 운동을 병행했다. 필라테스에서는 주로 속근육에 집중하는 운동을 하고 헬스에서는 주로 웨이트 기구를 통해 큰 근육을(하체, 등, 이두, 삼두, 엉덩이) 쓰는 운동을 많이 했다. 크로스핏을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자유롭게 스쿼트, 데드리프트를 하는 것에는 어색함이 있어서 주로 기구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약 한달 반 후에 다시 인바디를 쟀을 때는 생각보다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그동안 운동만 한건 아니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식이조절을 했다. 닭가슴살, 샐러드 같은 것만 먹은 건 아니고, 가장 큰 변화는 야식을 줄이고, 맥주를 마시는 빈도를 주 1회로 줄였다는 것이다. (주 3-4회에서 1회로!) 

  한달 반만에 체중은 고작 0.8kg 줄었지만, 골격근량은 1.1kg 증량, 체지방량은 2.8kg 감량, 체지방률은 무려 5.1%나 감소하였다. 비록 인바디 기계에 측정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꽤 유의미한 변화였고 이 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골격근량이 표준점수 100을 넘겼다. 그 동안의 역사를 보면 정말로 큰 변화다. 

  2013년 45.1kg에 체지방률은 무려 26.4%로 '마른 비만'에 속하던 내가 2019년 49.4kg가 되었지만 체지방률은 6년전보다 무려 10%가 감소하여 '근육형 날씬'에 속하게 되었다. 2013년 당시 근육을 5kg 늘려야한다는 얘기를 '불가능한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 때에 비해 근육량이 6.5kg가(16.3kg에서 22.8kg) 늘었다. 혹자들은 서른이 되어가면 노화가 시작되고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나의 경우엔 다르다. 스물 셋의 나보다 스물 아홉의 내가 훨씬 더 건강하다는 건 자명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몸을 가꾸고 내 나름의 운동 역사를 쌓아나갈 계획이다. 스물 아홉의 나보다 삼심대의 내가 더 멋있어질 수 있도록. 내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