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초~3월 즈음 대략 2~3주 정도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를 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접게 되었다. (점차적으로 식단을 내려놓게 되었으므로 언제 식단을 그만두었는지 확정할 수는 없다)
내가 느끼기에 장점과 단점은 반반 정도 였다. 무시할 수 없는 장점도 많았으며, 무시할 수 없는 단점도 꽤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마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선 내가 느끼기에 장단점은 다음과 같았다.
장점
1) 체중이 감소한다. 특히 근육이 아닌 지방이 잘 빠진다. 특히 여타 다른 다이어트와는 구별되는 큰 장점은 배고픔을 참지 않아도 체중을 감량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운동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적절한 운동은 건강상 중요하다.)
2) 식욕이 감소한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이 분비되고 탄수화물을 줄이게 되면 과도하게 높았던 혈당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므로 먹어도 먹어도 먹는 생각만 나던 식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건 참 신비한 체험이므로 매일 간식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꼭 한번쯤 저탄고지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3) 요리시간과 장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식단을 하게 되면 채소와 육류, 어류, 유제품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된다. 가공식품은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되며, 조미료는 소금, 후추, 허브 정도로 최소화된다. (설탕, 물엿,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을 사용하지 않음)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일반적인 한식을 먹는 편이었다면 오히려 식사 준비과정이 간소화된다고 느낄 것이다.
단, 외식을 주로하고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를 하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욱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건강상의 이점을 보다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나는 저탄고지인(人)이라기 보다는 저탄고지를 그저 시음? 한 정도이니 이쯤하고, 저탄고지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를 정리해보겠다.
단점
1) 나의 경우, 금방 체중 정체기가 왔었다. 한 2주차까지는 꾸준히 감량이 되었는데 3주부터는 오히려 증량이 되기도하고, 그러다보니 의욕을 상실하게 된듯하다. 더구나 생리기간도 겹치고, 이후에 설 연휴도 있었다보니 그 이후 식단을 거의 포기하게 되었다.
2)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시락을 챙기는 것의 번거로움. 나는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도시락을 챙겨다녀야 했고, 직장에서 외식은 위치상 구내식당 밖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구내식당 메뉴를 고를 수는 있었지만 모두 '밥' 위주의 식단이라 무조건 도시락을 챙겨야 했는데-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밤 11시쯤 되었다. 그 이후에 다음날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일을 매일 월~금 한다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었다.
3) 식비 부담. 탄수화물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양질의 지방이나 단백질로 대체하면 솔직히 식비가 이전에 비해 꽤 많이 든다. 생활비가 항상 빠듯하다고 느끼던 나에게 식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4)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지 못함. 액체 빵이라고 불리는 맥주는 저탄고지 식단에서 치명적인 음료다. 그야말로 당덩어리...! 그런데 나는 맥주를 정말 정말 좋아했고, 인생에서 포기해버릴 수는 없었다. 포기는 커녕, 저탄고지를 시작한 이후에는 맥주에 대한 욕구가 더 강렬해졌던 것 같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어쨌거나 나는 위와 같은 단점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는 좀 더 건강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번엔 좀 더 잘해볼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식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탄고지 식이를 하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기도 했고, 카페에서 종종 글을 보기도 하며 조금씩 관련 지식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게 된 내용들을 적용해보고 싶기도 했다.
특히나, 저탄고지 시도 이후 다시 꾸준히 살이 찌게 된것도 다시 시작하게 된 큰 원인이다.
보다시피 BMI가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팩트는 이거다.
3월 초 즈음부터 식단을 중단한 이후, 나는 6개월만에 3kg이 쪘다. 누군가한테는 하루 이틀만에 야식만 안먹어도 빠질 수 있는 수치이지만 키 156cm에 3kg면 꽤 몸이 불었다고 느낄만한 정도의 체중이다.
체중이 늘어난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저탄고지 한다고 못 먹었던 것들을 다시 원없이 먹기 시작했기 때문. 특히 맥주와 디저트류 등...
하필 내가 마카롱, 빵 같은것도 어마어마하게 좋아한다.
그래도 식단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는 좀 덜 막막했다.
그동안 눈여겨 봤던 레시피도 좀 있었고, 뭘 먹어야할지 먹지 말아야 할지 처음보다는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마치... 연애는 안 해봤지만 이론만 빠삭한 연애박사처럼, 저탄고지를 제대로 해본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이론 공부는 꽤 해두었던 것이다.
매끼니 기록을 하진 못하고, 간단하지만 덜 뻔한(?) 몇 가지 레시피만 적어본다.
<팽이버섯 삽겹말이 구이>
팽이버섯을 몇 가닥씩 분리하여 대패삼겹살을 돌돌 말아준다. 그리고 굽는다. (고추장은 선택사항. 사실 엄격학 식단에서는 추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추장에는 밀가루와 설탕이 포함되기 때문) 끝!
하나하나 돌돌 마는 것이 살짝 번거롭긴 하나 굽기만 하면 되니 쉽다.
그리고 베이컨이나 우삼겹 등으로도 응용가능하며, 파프리카나 다른 버섯 등 야채를 더 추가해도 좋다.
<팻밤>
지방이 부족할 때, 입이 심심할 때 초코렛처럼 먹을 간식 대용으로 팻밤을 만들어두면 좋다.
버터 10g X 4조각 / 100% 카카오 파우더(설탕이 첨가되지 않아야 함) 대략 버터의 2배 정도 / 카카오닙스 / 코코넛오일 2Ts / 아몬드 밀크 20ml 정도 / *기호에 따라 단맛을 원하면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을 적당량 추가
모두 넣고 중탕하여, 잘 녹여 섞은 다음 틀에 부어 굳힌다.
나는 감미료를 추가하지 않았는데, 그러면 꽤... 쓰다 ㅎㅎ 그래도 아몬드밀크가 조금은 중화해주는 역할을 해서 80% 정도 카카오 초코렛 맛이 난다.
버터가 파우더에 비해 좀 더 들어가서 약간 투명해보인다.
맛은 꽤 괜찮음! 단맛이 없더라도 카카오와 버터향이 일품이다!
<새우 콜리플라워 볶음밥>
1. 콜리플라워를 잘게 다진다.
2. 콜리플라워를 다지는 동안 새우를 볶는다. 마늘, 양파도 있으면 함께 볶는다. (난 없어서 생략...)
3. 야채와 새우가 어느정도 익으면 다져둔 콜리플라워를 넣고 함께 볶는다.
4. 계란 2개를 섞어 스크램블드 에그 하듯이 만들며 팬위에 함께 부어준다.
요런 새우볶음밥 같은 비주얼이며 맛도 새우볶음밥 부럽지 않은 맛이다. 잘게 다진 콜리플라워가 톡톡 씹히는게 리조또에 들어간 쌀알의 식감과 비슷한 느낌이다. 같은 콜리여도 콜리플라워는 브로콜리와 같은 특유의 야채향이 나지 않아서 밥 대용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비싸고 구하기 힘든게 흠일 뿐...ㅠㅠ (대형마트에서 한송이에 3-4천원)
<간편 Ver. 방탄커피>
아침에는 출근하자마자 방탄커피 한잔을 타서 마신다. 그러면 점심시간인 12시까지는 허기가 없이 거뜬하다.
방탄커피 제조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방탄커피의 창시자인 최강의 식사 저자 레시피가 그 중에서도 정석이라고 하지만-
MCT오일이나 코코넛오일이 없다면, 원두를 갈기 귀찮다면... 가장 간편한 방법을 소개해본다. 맛은 좀 덜할 수 있지만 그런대로 이것도 맛있다.
재료: 아몬드브리즈(무당) 190ml, 아무 버터 10g, 카누 1-2스틱(미니 카누는 2스틱이 괜찮고, 그냥 카누는 1스틱이 괜찮다. 그냥 카누 2스틱은 너무 쓰다;)
1. 카누 1-2스틱에 뜨거운 물을 약간 붓는다. 버터를 넣고 어느정도 녹을 때까지 섞는다.
2. 아몬드브리즈를 붓는다.
3. 쉐이커가 있으면 쉐이커로 섞으면 좋고, 없으면 티스푼으로 잘 섞어준다.
끝!
요건 카누에 버터 20g을 넣은 것인데 이렇게 먹기도 한다:)
그치만 버터가 고루 섞이지 않은 비주얼이다.
그리고-
한 주간의 체중 변화
식단을 시작하기 전,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객관적으로 정상범위에서 약간은 저체중 쪽에 가깝기 때문에 그리 높지 않은 수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6개월만에 3kg가 쪘고,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5kg이 쪘다.
그래도 평소에 운동을 주 3-4회씩을 하고 관리를 한다고 했으니(물론 맥주를 많이 마시긴 했어도...)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앞자리가 바뀌고 싶진 않았다...ㅠㅠ
위 8/20(월) , 아래 8/27(월) 아침 공복 체중
7일간 체중 1.5kg 감량
지방 0.9kg 감량
근육량 0.4kg 감량
지난번처럼 탄수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했다가는 요요가 오거나, 탄수욕구(!!)가 폭발할까봐
하루에 50g이내의 탄수화물을 먹었다. (하루 밥 1공기 이내, 고구마 1개 정도)
그리고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당한 염분을 섭취했다. 그러다보니 체중 감량의 속도는 더디게 나타난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식단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없었다.
너무 급격하게 탄수량을 줄이면 지방대사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현기증, 피부발진, 몸살기운 등 '키토래쉬'가 온다고 한다.
천천히, 건강하게 감량하는 것이 원하는 체중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 아닐까.
어쨌거나 초기 2주 정도의 체중변화는 탄수화물이 붙잡고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는 비중이 높다고 한다.
지방을 좀 더 먹는다고 곧바로 지방을 태우는 몸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실제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길 바라며-
다음번엔 나의 고민거리인 식비를 정리해보고 좀 절약하면서 이 식단을 건강하게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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