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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몸치와 몸치 강화의 역사
나는 몸을 움직이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느리다', '둔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던 나는 다른 아이들이 숨바꼭질 같은 걸 하며 뛰어 놀 때도 뛰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깍뚜기'를 자처하여 놀이에서 빠져있곤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내가 체육시간을 좋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피구를 하라며 체육 선생님이 공을 말그대로 '투척'하고 갈 때면 남을 공으로 맞추는 그 놀이는 야만적이라며 극심하게 혐오했고, 나는 가능하면 교실로 돌아가서 어떻게든 '그 잔인한 공놀이'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내가 운동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 된 것은 본래 성격 때문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된 체육을 못배운 탓이 크다. 설마 요즘 교사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여자애들에게는 피구공, 남자애들에게는 축구공만 던져주고 알아서 놀라고 하며 엄연한 체육'수업'시간을 대충 때우는 선생이 지금도 있다면 당신의 태만이 굉장히 많은 신체적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운동을 싫어하게끔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닫고 반성해야한다.
어쨌든 체육 수행평가 같은 것을 하면, 나는 체격도 작고 순발력도 없어서 달리기든 뜀틀이든 투포환 던지기든 잘하는게 없긴했다. 여중 여고에서는 무용이라는 과목도 있었는데, 완전히 몸치여서 무용 안무를 따라하는 것에도 영 소질이 없었다.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주는 수업에서는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하도 못 따라가니 열심히 하지 않는다며 혼이 나곤 했다. 신체를 사용하는 능력에는 확실한 개인차가 있는데, 나는 그 개인차를 무시한 우리나라 체육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그런 탓에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여기고, 모든 운동을 싫어한 채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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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렇게 살아가던 2013년(대학교 4학년) 어느날, 나는 배가 나왔다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당시에 다니고 있던 대학교 내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하여 처음으로 '인바디(InBody)'라는 체성분 검사를 받았다.
2013년, 당시 헬스장에서 인바디 검사를 받은 후 트레이너가 상담을 해주었는데 근육량이 매우 적은 것에 비해 체지방률, 특히 복부지방률이 높아서 심각하다고 얘기했다. 근육량을 5kg는 늘려야 하며 건강한 인바디 모양은 가운데(근육량)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위의 사진에 나온 형태와는 완전히 반대로 되어야 한다고 했다. 결과가 매우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 때 근육량과 체지방률의 개념을 전혀 몰랐고 건강한 사람의 인바디가 어떤지도 몰랐기 때문에 막연하게 근육량을 5kg늘리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 그래서 내가 저 인바디를 한 후에 정말 몸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각심을 갖게 된 건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근육량 증량은 모르겠고 뱃살은 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종종 굶는 다이어트를 하며, 제대로 먹지 않고 런닝머신을 뛰거나 운동장을 뛰거나 하는 유산소 운동만 간헐적으로 하곤 했다.
약 1년 후, 배가 좀 들어갔을 때 다시 인바디 검사를 하게 되었다. 인바디 표 형태가 이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기도하지만 체중 대비 체지방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근육량 비율만 상대적으로 조금 괜찮아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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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운동을 찾다.
2014년 이후에는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체력이 달린다고 느껴져서 몸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헬스장을 다니기도 했다. 친구의 영향을 받아 유투브를 보며 홈트를 조금씩 하기도 했다. 다만 이 때부터 내가 맥주를 좋아하게 돼서 근육량이 잘 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주로 했던 홈트는 레베카 루이즈의 전신 맨몸 운동, 복근 운동, 강하나의 하체 스트레칭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변화는 2015년부터 크루져 보드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에는 보드 크루 활동을 하며 스케이트 보드를 꽤 본적적으로 타곤 했다. 몸치의 속성이 어딜 가진 않았던 탓에 실력이 잘 늘지는 않아서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밌기도 해서 그게 처음으로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즐겼던 운동이었다. 2016년 하반기에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게 되어 생활 반경이 크게 변한 탓에 나는 보드를 같이 타던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지고, 보드와 나 사이도 멀어졌다. 스케이트 보드는 그래도 아직 내 방 한켠에 고이 모셔져 있다. 나에게 보드의 의미는 세상에 나에게 '재밌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게 계기가 되어 나는 곧 내 인생을 바꾼 운명의 운동, '클라이밍'을 만나게 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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