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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시음기

[아일랜드 맥주] 흑맥주의 진수, 기네스 드레프트(Guinness Draught)

맥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까마득한(?) 어느 옛날, 흑맥주는 무조건 독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새까만 색만 보고 쓰고 맛이 없고 도수가 셀 것이라고 지레짐작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내가 처음 접하게 된 흑맥주가 기네스 드레프트(Guinness Draught)였던 건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덕분에 흑맥주에 대한 그런 모든 편견을 깨부수고 흑맥주란 '부드러운 것'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으니. 흑맥주라고 모두 부드러운 것은 아니지만 기네스는 내가 마셔본 맥주 중에 제일 부드럽다.


그렇다. 기네스 하면 '부드러운 거품'이 바로 그 시그니처이다.

우리나라 술문화에서는 맥주의 거품맛보다 강렬한 탄산맛을 즐기는 편이라 일부러 맥주를 거품없이 따르곤 하는데, 기네스는 거품이 없으면 그 맛을 1도 못 즐긴다고 할 수 있다.

그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맛의 매력이 이미 널리 알려진 탓에, 최근에는 기네스의 질소거품공법을 커피에도 적용한 '나이트로 콜드브루'가 여러 커피전문점에 런칭되기도 했다.

혹시나, 나이트로 커피는 아는데 기네스를 모른다면...! 꼭 기네스를 마셔보자.

쓰기보다는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면 기네스를 강추하고 싶다.

기네스는 커피를 닮은 맥주다. 

쓰고 홉향이 강하거나 탄산감이 강조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밍밍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맥주밖에 몰랐기 때문에 맥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기네스 맥주를 필두로 입덕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커피덕후라면 기네스도 맛있게 즐길 준비가 된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도수는 4.2도로 낮은 편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술을 찾는 밤에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기네스를 한번이라도 마셔본 사람은, 따를 때 캔 속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알텐데 그걸 '위젯'이라고 한다. 그냥 플라스틱 볼인데...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보다.

어쨌든 캔에 써있듯이 기네스는 '반드시' 전용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거품맛으로 먹는 맥주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네스는 거품이 없으면 기네스가 아니다.

전용잔이 아니더라도, 유리잔에 따라서 아름다운 거품이 생성되는 장면을 꼭 감상하면서 음미하도록 하자.  

커피가 연상되는 맛이라 크림치즈 번을 안주로 함께 맛보았는데, 궁합은 괜찮았다.

보통 라거나 에일맥주와 빵은 궁합이 좋지 않은 편인데, 기네스는 빵안에 들어있는 크림치즈와도 곧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빵과 함께 먹는다면 꼭 팬에 데워 겉은 살짝 바삭하게 먹을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나는 기네스 오리지널을 더 좋아하는데... 드래프트는 좀 더 깔끔한 편이라면 오리지널은 맥아의 탄맛이 강조된 느낌이다.

나중에 더 좋은 안주와 함께 시음기를 작성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