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따릉이'라는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있다. 정기권을 끊기 전에는 딱히 탈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6개월 이용권(18,000원)을 끊어 놓으니 생각보다 아주 유용했다.
특히 지하철 한 두정거장 거리 정도는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에서는 자전거 타고 가는게 더 빠른것 같다. 미세먼지가 심할 땐 자전거 타는 걸 자제해야 할 듯 싶지만, 요즘엔 그래도 4월에 비해서는 공기도 좋고 날씨도 좋은 편이니 따릉이를 타고 다니기 딱 좋은 날씨다.
따릉이 어플을 이용하면 이렇게 이용했던 내역들을 모두 모아서 보아주는 페이지가 있다. 4월 7일부터 이용했기 때문에 이렇게 검색을 해보았다. 지금 보니 4월에 더 많이 이용하고 5월에는 좀 저조했다. 퇴근할 때 짧지만 매일 타는 것이 한몫 했는데, 요즘엔 날씨가 무척 좋아서인지 자주 이용하는 대여소에 자전거가 다 동이 나고 없을 때가 많아서 평일에는 거의 타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총 이용시간은 737분(12시간 17분)에 102.55km를 탔다니 놀랍다.
아무튼 서울에 10년동안 살면서 서울에서 자전거라고는 타본적이 없고 거의 지하철만 이용했었는데 따릉이를 이용하면서 처음으로 서울의 모습을 진짜로 보게 된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덕분에 도로가 어떻게 생겼는지, 서울의 여러 동네가 어디부터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게 된다.
주로 퇴근할 때나 가까운 친구집에 갈 때(지하철 한정거장, 걸어서 2-30분 거리) 10분 이내로 따릉이를 많이 이용하였고, 그 외에는 주말에 가끔 라이딩 나들이를 다녔다. 남자친구와 함께 따릉이 이용권을 끊어서 라이딩하고 그곳에서 데이트도 하고 오면 주말을 정말 알차게 보내는 느낌이다.
아래부터는 꽤 긴 구간을 따릉이 타고 이동했을 때를 되짚어보며, 몇 군데 '따릉이 타기 좋은 구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기록에 사용한 어플은 '스트라바(STRAVA)'라는 운동기록 어플이다. 걷기, 달리기, 라이딩 등을 기록하기에 좋은 어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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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사당-동작-고속터미널 구간(7.7km)
처음으로 따릉이를 타고 가장 멀리 가본 날이다. 집근처인 낙성대에서 출발하여 사당을 거쳐 방배, 동작을 지나 고속터미널역까지 갔다. 갑자기 날이 따스해지니 반포 한강대교를 보고싶어서였다.
이 구간은 낙성대-사당(죽음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대체로 평지라서 좋지만 사당-방배를 지날때 특히나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추천하지는 않는다. 반포쪽(신반포역-구반포역 근처)은 아파트 단지 근처의 자전거 도로 및 인도 환경이 꽤 좋아서 자전거 타기 괜찮았다.
고속터미널역에서 반포 대교까지 거리가 좀 있지만, (걸어서 15-20분) 고속터미널 근처에 있는 따릉이 반납처가 가장 가깝기 때문에 고속터미널역에 반납하고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기서 대여한 뒤 한강을 따라 쭉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강 자전거도로는 누구나 알겠지만 서울에서 가장 좋은 라이딩 구간이다.
실제로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아슬아슬하게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반납했지만 스트라바 어플은 횡단보도 등 때문에 멈춰있는 경우, 자동으로 일시정지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실제 시간보다 다소 적게 걸린 것으로 기록이 된다.
- 여기서 참고로 알아둘 점!
따릉이는 대여 1회당 최대 이용시간이 1시간이며, 한 시간이 되기 전까지 반납해야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탈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먼거리를 갈 때는 중간에 반납처를 찾아서 반납한 뒤 다시 출발해야한다. 무시하고 추가요금을 내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5분 초과할 때마다 200원씩이라고 한다. 어쨌든 1시간마다 반납만 지켜주면 따릉이는 추가결제 없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딱 한번, 2분 정도 초과한적이 있었는데, 과금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1시간 4분까지는 괜찮은가보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무지개 분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서울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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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방배-반포-논현 구간(7.6km)
주말에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클라이밍장을 가기 위해 이렇게 라이딩을 했다. 중간에 방배에서 경로가 약간 겹치는 부분은 들러야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사당역에서 이수역을 지나 내방역을 가는 길도 평지인데다가 은근히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괜찮다. 다만 사람이 많은 큰 길을 어쩔 수 없이 지나야할 때는 좀 불편하지만 신논현 근처에 비할바는 못 된다. 반포쪽까지는 그럭저럭 자전거를 탈만하지만 신논현-강남 구간에서는 웬만하면 자전거 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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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올림픽대로-압구정 구간(7.6km)
잠실역에서 출발해서 압구정까지. 이날 압구정에서 다시 사당까지 도합 2시간 넘게 따릉이를 타고 서울 투어를 제대로 했다. 기록은 두개로 나눠져있긴 한데, 압구정에서 저녁을 사먹고 다시 출발했기 때문이다.
두 시간이나 내리 자전거를 타는 건 꽤 힘들었지만, 더할 나위 없는 한강 라이딩구간이다. 따릉이를 타고 이렇게 가다보면 좋은 로드자전거를 탄 무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따릉이 유저들은 이들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내가 경험한 따릉이 최고속도는 30km정도다. 물론 나보다 더 잘타는 사람이 많겠지만, 일단 따릉이는 아무리 열심히 밟아도 기어가 3단까지밖에 없고 자전거 무게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속도 내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로드 바이크 라이더들은 모두들 '지나갈게요~'하고 지나간다. 그러니 따릉이를 타고 혼자 달리면 좀 외로울 수 있다는 점만 감안하면 아주 즐거운 라이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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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신사-반포-사당 구간(12.0km)
사당까지 가는 길에 중간에 압구정을 들렀던 이유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재대여하기 위함이었는데, 가는 길에 '압구정 토끼굴'이라는 곳이 인상깊었다. 한강에서 압구정으로 가기 전에 있는 일종의 터널로 그래비티가 화려하게 그려져있다. 누군가가 그곳에서 모델과 함께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나도 괜시리 사진을 찍어보았다. 꽤 괜찮은 포토존인 것 같다.
고된 라이딩에 지쳐 버린 터라 압구정에 들른 김에 저녁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들깨칼국수 집이 굉장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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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신림-신도림 구간(9.2km)
신도림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던 날, 집근처에서 신림-신도림까지 자전거를 타고갔다. 이 구간은 내가 다녔던 루트 중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제외하면 자전거 전용 도로가 가장 잘 되어있는 구간이었다. 서울에도 이렇게 자전거 길이 잘 되어있는 곳이 있구나-하며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신림동까지 잘 되어있었던 자전거 길. 단점이 있다면 도로 옆이어서 땡볕에 타면 굉장히 덥다는 것. 그리고 신호를 받아서 길을 건너야할 때 차 신호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림천을 내려오면 자전거 타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 수가 없다. 도림천은 이렇게 위에 도로가 있는 구간이 많아서 그늘에서 자전거를 쾌적하게 탈 수 있다. 여기는 정말 강력 추천하고 싶다. 내가 만약 도림천 근처에 살았더라면 당장 자전거를 사서 매일 타고 다녔을 것 같다.
도림천을 따라 신나게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새 신도림역이 보인다.
신도림역 근처에 따릉이를 반납하러 가니 이렇게 많은 자전거가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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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압구정-신사-신논현 구간(13.8km)
지난 주말에는 서울숲에서 열린 박람회를 보고 신논현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서울숲에서 신논현까지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한번 건너야 했는데, 다리를 건너기 위해 올라갈 때 경사로가 없어서 계단 옆에 설치된 좁은 경사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했다. 따릉이가 엄청 무거워서 정말 진땀뺐다. (내가 혼자 해보겠다고 하다가 결국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그 때를 제외하면 이 구간도 대체로 괜찮은 구간이었는데(한강 자전거도로가 많이 포함되어있어서), 신사에서 논현동 쪽으로 갈 때는 오르막인데다가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서 최악이었다. 신사에서 논현까지 자전거 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꽤 많이 돌아다닌 것 같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다. 따릉이로 중장거리를 달리다보면 좀 더 좋은 자전거를 사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막상 자전거를 사면 집에 둘 곳도 있어야하고 보관할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비싼 자전거는 언제든 도난의 위험이 있다. 그에 비해 따릉이는 언제든 힘들면 자전거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올해 들어 서울 시내에 따릉이 대여/반납소도 더 많이 설치되었다고 하니 출퇴근길에 교통체증과 지옥철에 시달리고 있다면 한번쯤 따릉이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경험상 꿀팁! 따릉이 대여소는 지하철역 근처에 많이 배치되어있어서 한 두 정거장만 환승해서 가야 하는 구간이 있을 때 이용하기 정말 좋다. 이용 전에는 항상 따릉이 어플로 출발지 부근 대여소 현황과 도착지 부근 대여소 유무를 확인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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