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라하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중에 플젠의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을 방문했다.
플젠은 프라하에서 다녀오기 좋은 곳에 위치한 소도시이다. 그런데 양조장 외에는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온 김에 플젠 시내구경도 해보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아쉬울 수도 있겠다. 어쨌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이 실망스럽진 않을 것이다.
필스너의 원조 공장답게 규모가 크고 투어 프로그램이 아주 잘 되어있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플젠까지 가는 열차는 수시로 있다. 그런데 프라하 역의 안내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아침에 고생을 꽤 했다... 어쨌든 플젠가는 열차만 무사히 탄다면 플젠역에서 브루어리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브루어리는 이쪽입니다~ 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적당히 따라가면 된다.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은 플젠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양조장 입구는 공사중이었다.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보다 ㅎㅎㅎ
그래도 사진으로 저렇게 마감해놓았다는게 재밌다. 공사는 언제끝날지 모르지만 구경하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들어오면 보이는 모습. 공장주제에 예쁘게도 생겼다. 들어오자마자 투어 표를 끊는 건물은 왼편에 있고 오른편에는 펍과 레스토랑이 있다.
이렇게 표지판도 있는데, 글자를 몰라도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리셉션과 기념품점 레스토랑은 들어오자마자 입구 쪽에 아주 눈에 띄는 곳에 있으니. 우리는 표를 끊고 투어시간까지 꽤 시간이 남아서 기념품샵을 먼저 구경했다.
우리 투어는 한시에 시작하는 투어였다.
* 투어는 영어 버전 투어와 체코어 투어가 있는데, 영어투어가 다 찰 수도 있으니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해두는 것이 좋다. 투어는 약 30분 간격으로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기념품샵이 엄청 거대해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그정도로 크진 않다. 그래도 작지만은 않았다.
나는 맥주 잔에 욕심이 많았는데, 여기는 잔이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서 좋았다.
필스너 우르켈 잔하면 보통 뭉툭하게 생긴 머그컵만 연상하게 되는데 다른 여러가지 모양의 잔이 있었다.
그리고 필스너 우르켈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른 맥주 '감브리너스' 잔도 판매하고 있다.
물론 맥주도 싸게 팔고 있는데, 사실 필스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워낙 대중적인 맥주가 되었으니 여기서 무겁게 들고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펍에서 생맥주나 맛있게 먹고가자!
투어 시작 후, 리셉션 2층에 있는 필스너 역사관에서 간단히 역사 설명을 한 후 본격 브루어리 투어에 나선다.
브루어리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는 않지만 꽤 크기때문에 셔틀을 타고갔다. 투어를 위해 이런 셔틀까지 있는 브루어리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양조장에 도착하면 맥주 생산라인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 왼쪽 상단에 있듯이 이 양조장에서는 필스너 우르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젤도 생산한다. (몰랐던 사실이다.) 그리고 필스너 우르켈 외에도 프라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맥주인 '감브리너스'도 여기서 생산한다고 한다. 체코에서는 필스너 우르켈이 맥주를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
초록병들이 줄지어 컨베이어벨트 위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병입, 포장과정에서 맥주병이 깨져서 가끔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건물로 이동해서 맥주를 보일링하는 곳에 간다. 이동하는 동안 한층을 엘리베이터타고 이동하는데 체코에서 가장 큰 엘리베이터 라던가... 아무튼 굉장히 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투어를 함께하는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서 출신인 것 같은데 동양인은 우리 일행과 다른 한명 뿐이고 거의 서양인이었다.
이곳의 보일링 장치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어떤 과정으로 맥주를 발효시키고 보일링하는지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주는데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참 좋을 것 같았다.
보일링하는 곳은 열기 때문에 굉장히 더웠는데, 이제 다음으로는 약간 추울 정도로 서늘한 곳에 간다.
지금은 맥주를 보관하기 위해 냉각기를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그런 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지하에서 얼음과 함께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해야했다.
지하 창고로 들어가는 길. 꽤 넓은 동굴 같다.
이 지하창고에 들어가다보면 이 양조장이 얼마나 규모가 큰지, 옛날에도 굉장히 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시설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 뿐일 것 같다.
이 지도가 지하 맥주보관실의 지도인데 투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저 흰색부분 정도만큼이다.
요즘에는 여기서 맥주를 보관하지 않지만 일부는 옛날방식으로 생산하고 오크통에 보관하여 옛날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점은 오크통에서 직접 '언필터드 필스너'를 따라준다는 점. 우리가 익히 알고 마시는 필스너는 황금색의 투명한 필스너이지만 이 필스너는 필터링을 하기 전의 그야말로 '야생의 필스너'이기 때문에 진한 맛과 뿌연 비주얼을 갖고있다.
맛은 비교불가다...
지하실에서 마셔서 그런지 더 시원한 것 같기도 했고, 거품이 꽤 오래 유지되었다. 필스너는 쓴 맛이 특징이지만 여기서 마신 언필터드 필스너는 오히려 덜 쓰고 홉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기념품샵에서 언필터드 필스너를 팔기 때문에 여기서 맥주를 산다면 이걸 사가야한다!
한시간 반 가량의 투어가 끝난 후 ,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한잔 마셨다.
한잔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믈리코'방식으로 따른 잔이다. 필스너 우르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펍에서만 이 방식으로 따라주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마셔볼만하다. 반대로 거품이 거의 없게 따라주는 방식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비율의 거품으로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
양조장을 나오면서 필스너 우르켈 전용잔과 언필터드 필스너를 양손에 무겁게 들고나오니 이보다 뿌듯할 수는 없었다. 프라하에서 플젠까지 는 한시간 반정도 걸리지만 이 양조장만 보더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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