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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여행기

[익선동] 탁 트인 한옥펍, 종묘 돌담옆 서울집시

한 번도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서울집시"

사실 난 두번째 방문을 아직 하지 못해서 지금까진 한 번만 가봤지만 무조건 꼭 다시 가게될 듯한 곳이다.

요즘 한옥을 개조한 양식의 가게들이 많은데, 특히 익선동의 한옥거리를 가보면 대다수의 가게가 그런 형태를 띄고 있다.

서울집시도 그, 핫하다는 익선동의 한옥거리 근처에 있는데 주요 가게들이 몰려있는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서 서울집시만을 오기 위해 검색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종로 3가역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고 높은 종묘의 담을 조금 따라 걷다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이곳의 인기에 비해 규모는 꽤 아담한 편이다. 낮에도 이토록 맥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천장의 통유리가 아주 커서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니, 이 통유리를 통해 하늘을 보는 순간 다음에 올 때는 어떤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을까 하며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탭리스트는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벽에 붙은 칠판에서 봐야한다 ㅎㅎㅎ

메뉴판은 안주 메뉴판 뿐이다. 안주는 스몰푸드 위주여서 여기서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가면 돈이 좀 많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하자...

탭리스트는 국내 수제맥주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1번부터 3번까지는 서울집시가 국내 다른 양조장과 콜라보하여 만든 맥주이고, 4번부터는 플레이그라운드(플.그) , 브루원, 핸드앤몰트(핸.몰), 화수브루어리, 고릴라브루잉의 대표적인 맥주들이 고루 배치되어 있다.

12개의 탭리스트 안에 필스너, 밀맥주, 라거, 스타우트, 세종, 사워에일, IPA 까지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골라마실 수 있고, 도수도 4.5도부터 8.5도까지 섬세하게 있으니 매우 고심해서 디자인한 탭리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브루어리가 쓰여있지 않은 1번 정글쥬스와 3번 소풍은 서울집시가 브루어리 304와 콜라보하여 출시한 맥주이고 2번 광안리 프로젝트는 부산의 고릴라 브루잉과 콜라보한 것이다. 다시 말해 4번부터가 게스트탭이고, 1~3번이 서울집시의 대표맥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친구과 함께 처음 시킨 맥주는 정글주스와, 핸드앤몰트 플라워 필스너였다. 정글주스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쥬시(Juicy)한 사워 에일(Sour Ale) 종류이다. 한입 머금으면 과즙이 팡팡 터지는 느낌으로 요즘 같이 날이 더워지는 때에 제격인 맥주다.

사워에일은 확실히 필스너에 비해 불투명한 색을 띄고 있다. 

잔은 모두 같은 종류에 따라주는 듯 하다. 암튼 양이 적지 않아서 좋다.

초리조와 살라미- 짭쪼름 하니 아주 맥주가 벌컥벌컥 들어간다. 에피타이저로도 제격이다.

살라미 위에 올라간 치즈는 개조식 한옥 안에서 먹어서 그런지 처음에 나왔을 때 두부라고 생각했었다...

종묘 돌담을 보며 한옥 아래에서 이국의 술과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 건, 뭐랄까 참 유쾌한 경험이다. 


이 풍경은 서울집시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비가 오거나 시원한 여름밤에 봐도 좋을 것 같은 풍경. 테라스 쪽에 앉으면 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이곳과 함께라면 혼맥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시킨 잔은 핸드앤몰트의 365 IPA

핸드앤몰트의 슬로우 IPA는 거의 국민 IPA처럼 유명하지만, 365 IPA는 여기서 처음 접할 수 있었는데 슬로우 IPA는 대중적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이라면 365 IPA는 좀 더 정석적인 IPA의 느낌이 난다. 그렇지만 아주 부담스럽지 않고 밸런스가 좋은 느낌.

IPA 덕후라면 365일 마시고 싶을지도 모를?

그리고 우리는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주를 더 시켰다.

온센다마고가 올라간 감자에그 샐러드. 이 메뉴는 오후 5시부터 주문가능하다고 해서 조금 기다렸다가 시켰는데, 서울집시 하면 이 메뉴가 굉장히 많이 올라올 정도로 시그니쳐 안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릇 위에 양껏 샐러드를 올리고 그 위에 수란을 얹은 모습히 가히- 인스타 업로드 욕구를 마구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네번째 잔, 화수브루어리의 바닐라 스타우트

개인적으로.. 기네스보다 맛있었다. 기네스는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바닐라 스타우트는 이름처럼 달달한 바닐라 향이 나는 것이 좋았다. 안주 없이 마셔도 될 것 같은,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맥주다.


그리고 추가로 주문한 안주...! 비어칠리와 빵

가운데 그릇에있는 칠리소스에 고기와 콩이 잔뜩 들어가고 치즈가 그 위에 올라간 것을 빵위에 올려 먹는 것이다. 이 설명을 쓰고보니 침이 고인다...매콤하니 부드러운 스타우트와도 잘 어울렸고, 친구가 시킨 365 IPA와도 궁합이 괜찮았던 안주.


안주도 맥주도, 분위기도 100점 만점에 100점이니 이곳을 또 안 가고 배길까?

집이 가깝기만 하다면 정말 매일 가고 싶은 곳이다. 익선동에 간다면 한옥거리를 벗어나 이곳을 꼭 방문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