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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여행기

[서울대입구/샤로수길]살아있는 전설의 펍, 링고(Lingo) 3호점

샤로수길을 자주 가거나 관악구에 서식하는 맥덕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펍, '링고'를 소개하고 싶다. 링고는 생각보다 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인데, 아마도 사장님이 1호점을 운영한지 20년 정도됐다고 했었던가- 아무튼 언젠가 그렇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제목에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말을 붙여보았다.

20년이 된 펍 같지 않게 요즘의 트랜드를 충실히 따르는... 아니 오히려 앞서가는 것 같은 펍이다. 사실 1호점을 안가봐서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겠지만 링고 지점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곳은 링고 3호점이다.

링고에 가면 제일 먼저 상당한 두께의 맥주 메뉴판을 받아들게 된다. 저기 치즈 플레이트 뒤에 보이는 녹색 가죽으로 된 책자가 바로 맥주리스트가 있는 메뉴판이다.

이곳에 맥덕의 발길을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선택지가 많을 뿐아니라 주기적으로 이 리스트가 꾸준히 업데이트 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표현을 이곳에 쓰고 싶은 이유도 그렇다. 20년 넘게 운영해 온 곳이면서도 고객들에게 트랜디한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대략 100종에 가까운 맥주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그 많은 종류의 맥주가 다 생맥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병이나 캔으로 제공되는 맥주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마트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맥주들이다. 특히 트라피스트 맥주는 이곳 링고보다 더 많은 종류를 취급하기 힘들 것 같다. 

혹자는 너무 많은 선택지에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친절한 설명이 함께 있어서 메뉴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결정하기 어렵다면 추천하는 맥주에 별 스티커가 붙어있기도 하니 그 스티커를 믿고 주문해보는 것도 꽤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물론 가격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곳 맥주는 흔히 맛볼 수 없는 종류들이 많다보니 결코 싸지 않으니... 맥주가 뭐 얼마나 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신나게 시켰다가는 웬만한 고급 와인바에서 마시는 것만큼의 금액을 결제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메뉴판의 후반부에 있는 트라피스트맥주 중에는 특히 비싼 맥주들이 많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인증받은 수도원에서만 소량생산되며 국내에 수입되는 수는 역시 더욱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종류에 따라 한병에(750ml) 100,000원씩 하기도 한다. (와인처럼 몇년씩 숙성시켜 먹기도 하니 비싼 게 당연하다.)

나는 여기에 오면 주로 한정판 맥주를 많이 마시는 편이다. 그렇게 쓰여있는 건 대체로 이곳, 여기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여기 메뉴판에 있는 "블루문" 위트 비어나 투올"고제 투 딤 섬 레스토랑" 같은 맥주말이다. 이런 메뉴들은 금방 바뀌기 때문에 다음번에 다시 링고를 방문하더라도 마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그에 못지 않은 새로운 맥주가 반겨줄 것이다.


오래전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라 사실 무슨 맥주를 마셨는지,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링고에는 맥주가 많은 만큼 잔의 종류도 엄청 많기 때문에 맥주를 주문하면 대부분 이렇게 전용잔에 나온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용 코스터까지 있는 건 아니다. 100종류에 가까운 맥주가 있으니 당연하지만, "링고"전용 코스터가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사진은 여름에 갔을 때 찍은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시즌 탭 메뉴로 스타우트가 들어와있다. 

나는 사워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1톤 오브 링곤베리는 정말 맛있었다. 부담되지 않는 도수에 과일향이 풍부한 맛이었다.

그리고 발라스트 포인트의 레드벨벳! 색깔로 봐서 믿기지 않겠지만 이 맥주는 질소가 들어간 스타우트다.

메뉴판의 설명을 보고 기네스 같은 비주얼과 맛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스타일의 맥주여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붉은 색의 맥주라서 사워한 맛이 날 것 같았는데, 맛은 또 스타우트여서 독특했다. 발라스트 포인트 하면 스컬핀 IPA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 맥주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아마 흔히 구할 수는 없는 맥주겠지...

이곳은 맥주 전문이라 식사 메뉴는 판매하지 않지만 안주류로는 꽤 훌륭하다.

음식 메뉴가 개편되기 전까지, 내가 알기론 올해 상반기만 해도 플람스를 주로 팔고 있었는데 지금은 메뉴가 완전 바뀌어서 꽤 다양한 안주 종류들이 생겼다. 소시지, 피자, 퀘사디아 등등.. 플람스도 아주 맛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판매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이건 치즈플레이트! 식사를 미리 하고 왔다면 이 메뉴도 괜찮다. 

비주얼 깡패 아닌가-? 

미처 내부 인테리어를 담지 못했는데, 벽 한쪽면은 맥주병과 잔이 진열되어있다. 굉장히 멋있는 인테리어다.

맞은 편에는 맥주 잔이 가득 매달려있는 바가 있는데 맥주를 마시느라 미처 사진찍을 생각을 못했다는 게 블로그를 쓰는 지금에서야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곳에 몇번 방문하다보니 직원이 알아보고 서비스를 챙겨주기도 했다. 링고는 최상급의 기네스를 취급하는 전문점으로 인증받은 곳이기도 해서 다양한 기네스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요건 그 중 하나의 미니어쳐버전이다. 기네스에 어떤 칵테일샷을 넣은 것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직접 마셔보진 않았지만 데킬라가 들어간 것도 있고, 깔루아가 들어간 것도 있다.

기네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곳에서 다양한 기네스 베리에이션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링고를 방문했을 때는 "브러쉬"라는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시즌 맥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뉴욕 치즈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함께 페어링을 해서! 그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나는 도수가 높은 건 생각지도 않고 주문해버렸다.

높은 도수인 만큼 강한 알코올 향이 올라오긴 했지만, 치즈케이크와 페어링해서 먹으니 술술 들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사진에는 치즈케이크는 그대로이지만 맥주만 줄어있다...?? 어째서일까- 그냥 맥주가 맛있었기 때문일까 ㅋㅋㅋ)

이날은 새로 리뉴얼된 음식메뉴에서 두 가지를 주문해보았는데, 하나는 쉬림프 갈릭

마늘과 새우를 올리브유에 함께 볶고 빵과 샐러드를 곁들인 메뉴이다.

다른 하나는 퀘사디아이다. 맥주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배가 불렀지만 다 먹을 수밖에 없는 메뉴였다.

링고는 이미 유명하지만 내가 애정하는 곳으로서 더 오래오래 꾸준히 운영되는 펍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스럽게 포스팅해보았다. 앞으로도 화이팅 하시길-!

링고 3호점은 지도에서 검색되지 않지만 2호점의 같은 건물 지하에 있다. 

2호점도 좋지만 3호점은 좀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이고 사람도 좀 더 적으니 방문하게 되면 참고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