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의 단편 소설집에 이어 장편 소설인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었다. 단편 소설과는 어떤 다른 느낌이 있을까 궁금했다.
이 작품은 책 표지의 소개 글에도 나와 있듯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정말 독특한 사랑이야기이다. 지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환경주의자 지구인인 '한아'의 사랑이야기인데, 뻔한 구석도 있다면 있지만 대체로 정세랑이 그리는 사랑이야기는 뻔하지 만은 않다. 현실에 기반하고 있지만 둘 사이의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일들은 SF영화에 나올법하다. 그렇지만 굉장한 스케일이 아니라 소시민적인 SF 영화라고 해야할까. 그런 부분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스토리 전개 자체가 꽤 흡입력이 있기도 하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장편소설 치고는 단순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듯하다. 또한 작중에서 중간중간 묘사되는 여러가지 외계 생명체에 대한 묘사와 설정들이 재밌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주인공들의 삶의 방식도 꽤 마음에 든다. 그러나 결말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마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근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낄 듯한 결말이었다.
정세랑의 작품 두 권을 연달아 읽으면서 느낀 건,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기도 하지만 약간은 허무하다는 점이었다. 책을 덮으며 뭔가 휘발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쉽게 소설책 한 권을 순식간에 독파했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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