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책상, 자아의 반영
오랜만에 내 방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청소하고 나면 가장 뿌듯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책상이다. 원룸에서 생활한 이후부터는 특히나 더, 책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한다. 컴퓨터를 하며 드라마 영화 등을 시청하는 것은 기본이고 밥을 먹고 혼술을 즐기기도 하며 화장도 여기서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이처럼 내 생활의 가장 많은 부분이 연관되어 있어서 제일 산만해지기 쉬운 공간이 바로 책상이기도 하다.
책상은 내가 아마도 초등학교를 다니고 내 방이 생긴 이래로 줄곧 내가 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공간이자 가구였다. 내 방 전체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얼 좋아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책상에서는 그것이 집약되어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대학 시절 룸메이트를 맞이하게 되면 룸메이트의 책상은 어떻게 꾸며져 있고, 화장품이 많은지 책이 많은지, 어떤 책이 있는지 등을 관찰하곤 했다. 그걸 보면 왠지 어느 정도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상에 항상 욕심이 있었다. 더 넓은 책상을 갖고 싶고, 더 예쁜 책상을 갖고싶었지만 그 욕심은 충족시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이 사주신 책상을 사용했고,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펼치고 필통을 놓으면 공간이 거의 남지 않는 작은 규격화된 책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3년 동안은 기숙사에 살았는데, 기숙사에 놓여진 책상을 사용해야 했다. 기숙사 책상은 꽤 좋긴 좋았다. 특히 3인실에서는 벙커 침대가 있어서 침대 밑의 1층 공간이 책상이자 책장이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사적 공간을 꾸릴 수 있었다. 대학 근처의 작은 원룸이나 고시원에 살았을 때는 한정된 공간안에 짜여진 작은 책상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내 많은 짐들을 욱여넣고 생활하다보면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그 땐 카페 혹은 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나보다.
서울살이 약 8년만에 새로 이사한 곳에서 드디어 나만의 'ㄱ자 책상'을 장만하게 되었다. 이곳도 원룸이어서 ㄱ자 책상을 한켠에 놓고나면 방에 비해 책상이 차지하는 공간이 지나친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방을 보았을 때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었다.
한쪽에는 PC를 두고, 한쪽에는 화장품과 악세서리 등을 두었다. 내 방에서 데스크탑은 고등학교 이후로 없어진지 오래고 노트북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소박하다. 대체로 글을 쓰거나 영화나 드라마 보는 용도 외에는 컴퓨터를 쓰지 않아서 좋은 PC에 대한 욕심은 없다. 다만 음악 감상이나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해서 좋은 스피커에 대한 욕심은 조금 있다. PC 옆의 모서리에 둔 것이 스피커이다. 이전에는 2.1채널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남자친구한테 생일선물로 하얗고 동그랗고 예쁜데다가 베이스가 짱짱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로 받아서 더욱 만족스럽게 음악을 듣고 있다.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학교 근처에서 오래된 대신, 꽤 넓은 투룸에 살았었는데 그 때는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리고 대학원에 다니면서 봐야하는 전공 서적 때문에 책이 많았다. 그러다 취업을 한 후 잠깐 고시원에 옮기느라 있던 책을 대부분 본가에 보내는 바람에 지금은 현재 보고있는 책 위주로만 구비하고 있다. 이제는 ㄱ자 책상은 생겼어도 책장은 없다는 게 여전히 아쉽다. 어렸을 땐 내가 서른 즈음이 되면 벽 한면을 죄다 책으로 메울 수 있는 집에 여유롭게 살지 않을까 꿈꿨었는데, 현실은 책상 하나 내 맘에 차게 꾸미는 것도 10년 가까이 걸리는 세상이다.
뭐 이런 책상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게 어디냐. 가진 것에 만족하자.
작년 2월 쯤에 샀는데 지금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책상은 '블루밍홈의 L자형 원목책상'이다. 광고는 아니지만 나는 1년 반 넘게 이 책상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고, 내 소유의 몇 안 되는 가구 중 제일 잘 산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책상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책상을 추천할 것같다. 아래 사진의 가격에서 이모저모 좀 할인 받아서 5만원 후반대에 샀던 걸로 기억한다. 단점이라면 조립할 때 꽤 힘들다는 것인데, 가격대비 튼튼하고 넓고 좋다.